*리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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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신의 활약에 충분히 만족한 지훈이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바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민현의 복장이 달라져 있었다. 아까 입고 온 재킷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지금 민현이 걸치고 있는 것은 흰 셔츠와 검은 베스트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붉은 빛이 도는 얼굴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 있는 재환과 똑같은 바텐더 착장이었다.

"너... 뭐냐 그 어이없는 커플룩은? 설마... 성공한거야?"

"..." 지훈이 질문했으나 민현은 묵묵부답이었다. 굳은 표정을 보니 성공한 게 아닌 것도 같았다.

???????????

지훈이 어리둥절해하자 우진이 작게 속삭였다. '야, 성공 정도가 아니야!! 둘이 라이브로 키스쇼를 벌였었다니까?! 내가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줄게 ㅋㅋㅋㅋ'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훈이 다니엘을 따라 클럽 밖으로 나갔을 무렵의 일이었다.

민현의 혀가 자신의 치열을 집요하게 쓸어오자 신음소리까지 내가며 키스에 열중하던 재환은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재환은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온 힘을 다해 민현을 밀쳤다. 

"으앗!"

방심하고 있던 민현이 뒤로 넘어지면서 급히 팔을 짚었으나 하필이면 뒤에는 싱크대가 있었다. 넓고 깊은 싱크대에 상체가 빠진 민현은 여기 온다고 큰 마음 먹고 장만한 가죽재킷이 죄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민현은 심하게 억울했다. 자신도 조금 전까지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했으면서, 아니 백번 양보해서 최소한 거부하지는 않았으면서 느닷없이 이렇게 세게 밀치다니. 자신 외에는 전방위적으로 끼를 부리고 들이대던 재환의 모습이 떠올라서 화도 났다. 


민현을 밀친 재환은 재환대로 패닉중이었다.

'으악! 넘어오라고 작정하고 꼬신 건 맞아. 그렇지만 이렇게 남들 다 보는 데서는 싫다고 ㅠ.ㅜ 근데 어려서 그런가 박력이 어후 //// .... 밀쳐서 화났을까..? 키스 자체는 너무 좋았단 말야 ㅠㅠㅠㅠㅠㅠ' 

분명히 생각의 시작은 패닉이었으나 그 끝은 주인 모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민현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한채 귀를 포함한 얼굴 전체가 한계치까지 새빨갛게 변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재환은 급한대로 오늘 비번인 성우의 유니폼을 민현에게 건네고 탈의실로 밀어넣었다.

그런데 그건 너무 성급한 행동이었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민현의 모습을 본 재환은 성급했던 자신을 탓했다. '이런 젠장... 커플이라고 광고하는 것 같잖아 ㅠㅁㅠ 성우랑 입을 때는 이런 생각 없었는데...'



옷을 갈아 입고 나온 민현은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옆에서 업된 지훈이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며 영웅담을 자랑스럽게 꺼내는데도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앞에서 초조해진 재환은 아까 그렇게 현란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던 사람이 맞는지 애꿎은 손톱만 자꾸 물어뜯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교대시간이 됐는지 한 남자가 도착해서 재환에게 눈인사했다.

"진영이 형!! 왜 이제 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ㅠ.ㅠ 나 오늘 너무 힘들었엉 ㅠㅠㅠ" 재환은 기다렸다는 듯이 진영에게 폭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민현이 다시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재환은 곁눈질로 민현의 질투를 감지하고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진영에게 기대서 치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어. 재환아, 나 옷 좀 갈아입게 이것 좀 놔줘."

"그럼 빨리 갈아입고 와야 돼~💕"

재환은 일부러 하트까지 달아가며 영혼을 가득 담아 애교를 부렸는데 그게 결정타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민현이 대뜸 재환을 잡아 당겨서 귓가에 속삭였다.

"도발 적당히 해라. 여기서 키스보다 더 한 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

살짝 질투심을 유발한다는 계획이 열혈 민현 앞에서는 좀 지나쳤다. '키스보다 더 한 것도 해버리겠다'는 선언에 쫄아버린 재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알아서 사리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만족한 민현이 한마디를 덧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럼 딴 놈들한테 눈길 주지 말고 얼른 정리하고 나와. 기다린다."

연하남의 박력에 제대로 심쿵당한 재환은 얼떨결에 존대를 할 뻔했다.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지만. 

민현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서 가게 밖으로 나가자 두 사람이 어떤 내용을 속삭였는지 모르는 지훈과 우진이 재환에게 목례하고 민현을 따라 가게를 떠났다. 

재환은 진영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넋이 나가 있었다. 

"재환아? 김재환!!"

"으.. 응?"

재환은 진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현실세계로 겨우 다시 소환됐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얼굴로 나갈 준비를 하는 재환을 보며 진영은 아까 자신을 노려보던 그 어린 남자애한테 가는 것임을 확신했다. 

진영은 재환이 손님들 앞에서는 현란한 세치 혀를 자랑하며 마치 경험이 많은 것처럼 굴어도 실제로는 여리고 연애경험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를 잘못 만나면 데이트 폭력이라도 당할까봐 진영은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진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환의 후드자켓 주머니에 콘돔을 몇 개 슬그머니 집어 넣었다. 

"형, 내일 봐!" 진영의 배려를 전혀 눈치 못챈 재환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자신을 기다릴 민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진영은 그런 재환을 보며 잘 되기를 기도했다. 


 

*          *          *



한달 후, 민현, 지훈, 우진 3인방이 다시 클럽의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달리진 점이라면 재환이 카운터를 넘어와서 대놓고 민현의 무릎에 앉아 있다는 정도?

"나 궁금한게 있어."

"뭔데?"

"왜 그 때 나한테 칵테일 만들어주면서 의미는 말해주기 싫다 그랬었잖아."

"아..."

"이젠 말해줘도 괜찮지 않아? 이미 이런 사인데?" 민현이 재환의 허리를 지분대며 짖궂게 물었다.

"//////// 그.. 그게.."

재환이 말하기 곤란한지 눈알을 도로록 굴려댔다. 그런데 그럴수록 민현의 손길이 대담해져서 이제는 가슴팍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여기서 일 치겠다 싶어서 재환은 그냥 모든 사실을 실토하기로 했다.

"그게 말이야... 내가 그 때 XYZ 칵테일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잖아... 알파벳의 마지막이니까 보통은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쓰기는 해. 이걸 바텐더가 공짜로 건네는 경우에는 '곧 문 닫을 시간이니까 마시고 그만 가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재환의 설명이 끝나지 않았건만 민현은 벌써 발끈해서는 재환의 허리를 아프게 움켜쥐었다.

"아... 그렇게 쎄게 잡으면 아파 ㅠㅠ... 끝까지 들어봐. 나쁜 얘기 아니야... 보통은 그래. 보통은 그런데 나한테 칵테일을 가르쳐준 진영이 형은, 아 그 형 저번에 봤었지? 막 얼굴 소멸할 것처럼 조그맣고 완전 잘생긴? 아, 아프다니까! 아무튼 그 형은 XYZ의 의미를 좋은 쪽으로 나한테 알려줬어. '이 다음은 없다' 그러니까 '이보다 좋은 칵테일은 없다'는 의미라고 늘 나한테 그랬거든. 그러니까 사실은 //ㅁ// 내가 너한테 은근히 들이댄 거였어.... 근데 이거 벌칙도 아니고 이렇게 말하려니까 너무 부끄럽다..."

금세 기분이 풀린 민현은 재환의 볼에 연신 베이비 키스를 해댔다. 지훈과 우진이 짜증난다며 등짝 스매싱을 날릴 때까지. 분명 어마어마한 '퍽'소리가 났음에도 민현은 계속해서 싱글벙글이었다.

재환은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내가 진짜 어쩌다 이런 20살 먹은 애한테...' 그런데 사실 재환도 민현의 무릎에 앉아 있었으니 이런 생각을 할 처지는 안됐다.

 

  

민현과 재환이 핑크빛 오라를 미친듯이 내뿜는 동안, 옆자리의 지훈은 마음이 불편했다. 지난번 만남 이후 꾸준히 이곳을 찾았지만 그 이후 다니엘의 모습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다니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어서 였을까? 클럽에서는 마성의 게이인 다니엘이 처음으로 차였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지훈은 그 때문에 상처받은 다니엘이 발걸음을 끊었을까봐 그리고 그래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민현과 재환은 음악이 진득한 블루스로 바뀌자 무대로 향했고, 우진은 어떤 남자애한테 선택받고 함께 클럽을 빠져나간 뒤였기에 지훈은 홀로 앉아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내가 너무 심하게 했나... 아니 근데 누가 그렇게 울리고 싶게 생기랬냐고!! 이건 내가 잘못한게 아니야! 다 걔가 너무 예뻐서 그런거지!!' 

지훈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정신승리를 시전중이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생각에 빠진 지훈은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도 몰랐다. 

"... 또 보네."

갑자기 귓가를 때리는 나른한 허스키 보이스에 고개를 돌려보니 몇 주만에 보는 강다니엘이 있었다. 다니엘은 여전히 섹시하고 귀엽고 예뻤다. 어쩌면 전보다 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지만 지훈의 포커페이스 유지 능력은 대단했다. 자신이 자존심을 접고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청하기까지 했고, 지훈이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봤음에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자 다니엘의 뚜껑이 열렸다.

"너 정말 나한테 관심 없어?!" 

다니엘은 지훈의 팔을 잡으며 내뱉은 미저리 같은 대사에 자신이 더 놀라서 얼었다. '이런 미친... 강다니엘 완전 다 죽었네 이런 찐따같은 대사는 뭐냐 진짜 ㅠㅠㅠㅠㅠ'

"... 이거 놔. 나 바빠." 

지훈은 지훈대로 다니엘의 손을 쳐내며 내뱉은 자신의 재수없는 대사에 놀라서 굳었다. '헐... 이번엔 당기기로 했는데 왜 내 입은 제멋대로 이런... 근데 다니엘 얘는 시무룩한 표정이 너무 귀여워 >ㅁ<'

"야! 너가 뭔데 나를!! 너도 나랑 자고 싶을 거 아냐?!" 다니엘은 울컥해서 뱉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쪽팔려서 다시는 여기에 못 오리라는 생각에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달려서 도망쳤다.

'너도 나랑 자고 싶을 거 아냐?'라는 질문에 '당연하지!'라고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참아낸 지훈은 다니엘을 잡으러 달려갔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얘랑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거지...?' 쪽팔림에 도망치던 다니엘이 어느새 자신을 따라온 지훈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텔 방이었다.

"너... 내 위에서 뭐하냐?" 그냥 호텔 방도 아니고 침대 위. 그것도 누워 있는 자신의 위에 지훈이 올라타서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지훈은 대답 대신에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씨익 웃었다.

!!!!!!!!!!!!!!!!!!!!!!!!

갑자기 전신에 오소소 소름이 돋은 다니엘이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댔다. 그런데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야! 이거 안놔?! 야!!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다니엘은 그렇게 안생겨서 힘이 너무 센 지훈 때문에 당황해서 머리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갑질의 대명사 같은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쏟아냈다.

"나도 너랑 자고 싶은 거 아니냐며? 이제 좀 대답이 됐지?" 지훈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여유 가득한 자세로 물었다.

분명히 자신이 저렇게 물었기에 다니엘이 반항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 그렇게 묻긴 했지. 근데 왜 눕질 않고 내 위에 올라타냐고." 

"하.. 뭐야 그렇게 생각하고 온 거였어?"

"너 처음이라며 아니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번에 듣기로 눈 앞의 미소년은 갓 20살이 되어 게이바에 처음 온 초짜였다.

"그건 클럽 부메랑이 처음이라는거지. 경험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야."

"어쨌든 너 이쪽에 데뷔한지 얼마 안된 애는 맞잖아. 처음에는 다들 아래 하면서 배우는 거야."

"........ 그 얘기는 너도 그랬다는 거지?" 남들 밑에서 앙앙댔을 다니엘을 생각하니 지훈은 갑자기 빡돌 것 같았다. 애써 화를 억눌렀지만 어금니를 씹은 상태로 목소리가 음산해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너? 그러고 보니까 너 아까부터 말이 참 건방지다?"

"네가 아직 나를 모르나본데. 내가 마산에서 알아주던 미친개야."

순간 변한 지훈의 눈빛에 다니엘은 다시 한 번 전신에 오한이 들었다. '미친개라고?' 

"후훗.. 그렇게 쫄면 내가 미안하잖아. 내가 왜 미친개인지 알아?"

"..." 미친개 발언 이후에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린 다니엘은 입을 열지 못했다. '얘 뭐지? 나 잘못 걸린건가..?' 다니엘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약하게 떨고 있었고, 그 떨림은 지훈의 가학심을 더욱 자극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가봐?"

"... 뭐 뭔데..? 이↗유가.." 다니엘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면서 삑사리까지 났다.

지훈이 다시 한번 피식 웃더니 다니엘의 귓가를 앙 물었다.

"아.. 으으.." 다니엘은 이 와중에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고 신음을 내뱉는 자신의 입을 저주했다.

물었던 자리를 핥은 지훈은 이번엔 다니엘의 목덜미를 물어 진득한 키스마크를 새겼다. 

"흣... 아앗..." 

다니엘의 신음소리에 만족한 지훈이 다시 다니엘의 귓덜미 부근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한 번 물면 안 놔주거든. 특히 내 꺼로 찍은 거는 더욱."

!!!!!!!!!!!!!!!!!!!!!!!!

"그리고 너 같이 예쁘고 건방진 애 울리는 게 취미야."

"네가 날 울릴 수 있을까?"

다니엘은 이미 개쫄았고 확실히 잘못 걸렸음을 깨달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허세를 부렸다.

"어디 이거를 썼을 때 네 반응을 한 번 볼까?" 지훈이 흉물스럽게 큰 딜도를 다니엘의 눈 앞에서 흔들어보였다.

그런데 다니엘도 만만치 않았다.

"... 기왕 할거면 다른 걸로 찔러줘."

"ㅅㅂ 너 그 말 후회하지 마라."

두 사람에게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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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때문에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저 '먼치킨의 귀여운 꽁냥도 좋지만 도발적이고 섹시한 윙녤이랑 년짼이 보고 싶어요!'라는 '윙녤♡'님의 리퀘에 충실한 죄 밖에 없습니다... 

근데 대체 우진이를 선택했다는 남자애는 누굴까요?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가져와서 죄송하고... 그럼 저는 더 긴말 않고 사라지겠습니다 ((급도망))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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